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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상해(Personal Injury)/뉴스기사

[뉴스]美운전시험장에 1㎞ 줄… 신청을 포기했다

봉쇄 해제 이후 美 줄서기 대란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저지주 노스버건카운티 운전면허시험장 앞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정시행 특파원

지난 7일 오전 9시(현지 시각) 미국 뉴저지주의 한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다가 4개월여 만에 대민 업무를 재개하는 첫날이라, 면허 신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아…" 하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대기 인파 수천명이 1㎞쯤 늘어서 있었다.

 

중간쯤 서있는 사람에게 "도대체 몇 시에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새벽 5시에 왔다. 네 시간 동안 저 모퉁이부터 여기까지 50피트(약 15m) 왔다"고 했다. 비교적 앞줄에 선 이에게 물으니 "어젯밤 9시"라고 했다. 노숙을 했다는 것이다. 간이 천막이나 담요, 휴대용 의자들이 곳곳에 보였다. 하나같이 지친 표정이었다.

 

누군가 "사무실 안을 들여다봤더니 직원 몇 명이 전화 응대 하느라고 밖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직원 한 명만 문 앞에 나와 "우리는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기자는 면허신청을 포기해야 했다. 한 30대 남성은 "미국 운전면허시험장이 관료적이고 일처리가 늦기로 악명 높긴 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식탁을 사기 위해 가구점 이케아를 찾았을 땐, 코로나 방역을 위한 실내 인원 제한 때문에 줄을 서야 했다. 200m 길이 줄 끝에서 시작해 30여분간 기다려 입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 창궐 이후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충격 중 하나는 어디에서나 기나긴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도 여전히 마트 장보기나 관공서 업무를 위해 수십분씩 줄을 서는 건 다반사다. 특히 서민들일수록 삶을 지치게 하는 이 '기다림의 기회비용'을 비싸게 치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의료·복지 현장이다. 애리조나·플로리다·캘리포니아 등 코로나 2차 확산세가 커진 남부와 서부에선 요즘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한 줄을 서너 시간 서면 괜찮은 편이고, 최대 12시간 서는 경우도 있다고 미국 매체들은 전한다.

코로나 사태로 실직한 이들이 푸드뱅크(식량 배급소) 앞에서 5~6시간씩 기다려 입에 풀칠할 정도의 하루치 식량을 받아가는 모습이나, 실업급여가 왜 안 나오는지 묻기 위해 정부 부처에 전화를 걸었다가 '대기자가 많으니 기다리라'는 자동 응답 안내에 전화통을 며칠씩 붙잡고 있었다는 일화도 이젠 놀랍지 않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이 이런 종류의 줄을 선다는 건 20세기 초(대공황이나 세계 2차 대전 때)의 유물이었다"며 "그러나 미국은 21세기에 수백만명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을 위해 줄을 서야 하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코로나가 '줄'이라는 상징적 장면으로 미국 공공·민간 영역의 부실한 민낯을 한꺼번에 드러냈다는 것이다.

7일 미국의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6만명을 돌파, 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치였던 2일의 5만3000명을 넘어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9/2020070900216.html